1
"피고 망나니A는 흉기를 사용해 OOO에서 O명을 살해하고 O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중략> 피고는 이전에도 3차례에 걸쳐 모두 O 명을 살해하고 O 명을 상해한 죄 및 수 차례 성폭행과 아동 성폭행으로 복역한 전력이 있으며 정신 감정을 통과했으므로 <중략> 법원은 망나니A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2
사형 선고를 받으면 죄수는 사형 기결수를 수용하는 형무소로 옮겨지며, 여기서 일 주일 동안 지내게 된다.
노역이 면제되며, 국가 통계상 중위수에 해당하는 가정의 생활수준에 맞춰 의,식,주가 제공된다.
또한 피고는 매일,
1) 가족이나 지정된 외부인과의 면담을 허용받거나
2) 월드 터미널(world terminal)이 주어지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월드 터미널은 정부가 비용을 지불하는 확장된 컨텐츠 열람 단말이다. 대단히 넓은 자유가 주어진다.
수형자 및 사형 대기자에게 컴퓨터나 지능형 단말기는 주어지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통상 주어지는 것은 이북과 컨텐츠 열람 장치뿐이며, 특히 외부와의 통신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월드 터미널이라 하더라도 수형자가 익명으로라도 외부에 기록을 남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기록은 익명화되며 추적되어 소거, 덮어쓰기된다. 메시지도 보낼 수 없고 채팅 역시 의미없는 랜덤 문자로 보내질 뿐이다. 읽을 수는 있다.
일 주일이란 대기 시간은 보장된 것이다. 그 마지막 날이 지나면 사형수는 매일,
그 날 아침에 형이 집행하지 않는다면
그 자신이 형을 집행해달라고 청원할 수 있다.
이 추가 대기 기간은 최대 한 달이다.
그리고, 형 집행이 결정됐다면 최후의 식사를 요구할 수 있다.
3
사형은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관계 공무원과 의사 입회하에 사형수는 형집행실에 입장한다. 요구한다면 종교인을 부를 수 있다.
유언을 마친 후 전신마취가 진행된다. 여기까지는 백 년 전과 비슷하다.
사형수가 가사상태에 들어가면 입회인은 서명을 하고 퇴장한다.
의사와 작업원이 남아 사형수의 몸에서 쇄골 위 두부(頭部)와 생식세포만을 정교하게 분리한다.
남은 신체 부위는 유언시 기증했다면 절차에 따라 운구되며, 기증하지 않았다면 소각된다. 가족에게 양도되지는 않는다. 가족에게는 권리가 없다.
생식세포는 액체질소 용기에 보관되고, 두부는 생명유지장치에 연결되어 연명처리된다.
1입방미터 크기인, 강화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가 이 모든 것을 보관하는데, 여기에는 영양공급장치 및 모니터링 장치, 비상시 생명유지 및 연명을 위한 장비가 포함되어 있다.
4
사형수의 머리와 생식세포를 보관하는 박스를 캐스트(Cast)라고 부른다. 캐스트는 적절한 서비스 라인을 연결하면 레고 박스처럼 입체적으로 쌓을 수 있다.
캐스트의 보존 기한은 형집행시 사형수의 연령부터, 그와 동년배인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에 10년을 추가한 해까지다. 2122년 현재, 약 150세가 된다(즉, 이 시대의 평균 수명은 약 140세다). 보존 기한이 지나면 안락사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즉, 100세에 사형집행을 받았다면, 50년 동안은 캐스트에 보관된다. 대개 기대 수명 근처에서 뇌가 자연사하며, 상태를 보아 자연사가 멀지 않았으면 기한이 되어도 몇 년 정도는 안락사시키지 않기도 한다.
캐스트 처리는 냉동보존이 아니라 최소한의 물질대사를 유지하기 때문에, 가끔 캐스트 처리된 조직과 기관에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는 진통처리만 하고 가사상태를 유지하며 치료는 따로 하지 않는다. 즉, 캐스트 안에서 병사할 수 있다. 캐스트 상태인 바디가 통증이나 기타 감각을 느끼는가 여부와 가능성이 있는 경우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문제는 전시에 많은 사례가 연구된 바 있다.
캐스트는 이전 세대의 전쟁기간동안 증명된, 그 안정성을 증명받은 생명유지장치다. 초기에는 야전에서 도저히 치료하거나 되살릴 수 없게 된 군인을 후송 치료할 수 있도록 사용됐는데, 이 때는 몸 전체를 보존하여 캐스트 처리했다. 하지만 사이보그 바디가 널리 퍼지면서 결국 두개골 내강에 자리한 기관과 생식세포(체세포로 만들 수도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만은 아직 보수적인 인식이 지배적이다)만 보존하면 됐고, 전장에서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없으므로 이런 방식이 되었다.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하는 문제를 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업무편의 관점에서 이용했다는 평도 듣지만, 지금 와서는 이 부분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 기술은 완전히 성숙했기 때문에 캐스트의 하자로 사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캐스트는 에너지 물질 비상공급장치를 포함하며, 초장기보존시 필요한 적절한 신경자극 기능도 갖추고 있다. 특정한 조건 하에서, 캐스트 안에 보관된 뇌가 꿈을 꿀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전쟁이라는 비상식적인 시대에, 캐스트에 보관된 뇌를 외부 자극으로 고문할 수 있음이 알려졌지만, 현재 이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당시 알려진 지식을 응용해, 사형수의 캐스트는 꿈을 꾸지 않고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소비하며 열화 정도를 최소한으로 느리도록 최적화한 완전한 가사상태다. 사실, 캐스트 처리의 이점 하나는 싼 유지비다.
5
캐스트 처리는 공동체가 사형 집행을 하는 데 윤리적 부담을 줄여주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캐스트처리는 가역적이다. 이 시대의 생체 공학은, 적절하게 캐스트처리된 인간에게 사회생활을 하고 자손을 남길 수 있는 완전한 몸을 돌려줄 수 있다. 그리고 비록 국가가 최고급 바디를 주지는 않지만, 이런 몸을 갖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판결이 잘못됐을 경우, 국가는 사형 집행을 되돌릴 수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비록 이전 시대보다 사형이 남발되지는 않지만, 일단 사형을 선고한 뒤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캐스트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다음의 일이다.
그리고 그 가역성때문에, 사형, 다시 말해 캐스트형이 충분히 교훈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자도 생겨나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죽음인가? 그 이상 잔인하게 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불구대천(不俱戴天)하면 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