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point 2014. 2. 14. 21:53

이 글은 일부러 날짜를 과거로 당겨놓은 글입니다.



90년대 교보문고 매장에서, 고려원이던가? 출판사들이 문고판형이나 그보다 약간 큰 손바닥만한 판형으로 SF와 무협지를 팔 때가 있었는데요, 그 중에는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도 있었습니다(다는 아니고 강철도시는 있었고 하나 더 있었을 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뒤적이기만 하고 사지 않았습니다. 꼭,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을 읽는 느낌이었거든요. 거기에 미래세계와 로봇만 넣은 느낌. 그래서 영 제 입맛에 안 맞았어요. 그래서, 파운데이션 시리즈와 달리 로봇 시리즈는 가져본 적 없습니다. 나중에 도서관에서 스치듯 읽은 정도입니다. 간만에 다시 강철도시를 읽어보니 그 때 느낌이 생각났네요. 


그리고 로봇시리즈에 대한 배경지식을 좀 알고 나서 읽어 가니, 전과는 다른 게 보입니다. ^^

그래서,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왜곡된 옛날 추억을 끄적여봅니다.


저는 어릴 적에 제일 먼저 추리소설에 빠졌고, 그 다음으로 SF에 빠졌고, 그 다음에 추리소설에 빠졌고, 그 다음에 SF에 빠졌고, 마지막으로 추리소설을 샀습니다.


처음 본 추리소설은 계림문고판.. 그  250권 안에 추리소설이 꽤 많았거든요. ㅎㅎ

루팡(뤼팽)과 홈즈 시리즈 중 유명한 것들을 그걸로 접했고, 미국 탐정소설도 여러 권이 거기 들어있었어요.

그리고는 도서관을 다니면서 나머지 빈 책도 다 읽어갔습니다.

그 때 추리소설읽을 때 길잡이가 된 책이 해문출판사의 탐정소개 시리즈. 그리고 어린이코너에는 아가사 크리스티와 코난 도일, 엘러리 퀸, 그리고 성인코너에는 파란색 표지 문고판으로 나온 하드보일드 탐정소설 전집(해문출판사의 소개에 나온 마이너한 탐정들은 여기 많았습니다)을 읽느라.. 성인코너쪽은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쯤, 도서관에서 읽기 시작한 게 SF였습니다. 

직지프로젝트로 스캔본이 올라온 그 전집은 친구집에서 여럿이 부루마블하다 빠지게 되면 읽던 게 다 읽어버렸고, 도서관에서 읽은 게 또 많았어요. 렌즈맨이라든가, 아시모프라든가, 우주인 빅스 시리즈라든가.. 목성에서 체조하기 ㅎㅎ 그 밖에, 나중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느 장면을 보면 어, 이거 내가 꼬마적에 본 그 소설에 나온 그거랑 비슷하네하고 생각한 게 여럿 됐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나중에 새로 번역돼 출판됐는데 책소개를 보면 마치 옛날에는 한국에 번역된 적 없는 양 써놓은 것도 봤고.[각주:1] 실제론 꽤 됐어요. 직지프로젝트에 들어간 그 책들도 어린이용으로 데포르메된 것이지만, 같은 원작이 다른 번역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제목을 다르게 해서 내놓은 게 또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만 해도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과 그걸 원작으로 한 영화가 뜨기 전에 제가 본 책만 두세 가지 판본은 됐습니다. 돌아보면, 50년대 이전에 나온 초창기 미국 SF소설은 꽤 많이 국내에 번역된 것 같습니다. 당시 국내의 인식때문에 전부 어린이대상 책으로 나왔지만..


도서관에는 옛날 책도 많아서 양장본 SF책을 꽤 많이 읽었는데, 돌아보면 일어판 중역이 많기는 했겠지만 나중에 90년대에 SF입문한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 SF책이 없다"고 불평하는 걸 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하이텔 SF동에서 접하기 시작한 정보와 개인번역물에 빠지면서 제가 본 양이 적었다는 건 실감했지만, 그렇다고 불모지였냐면 그냥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고.. 그리고 판타지소설이 쏟아져나오기 전 얼마간 한국산 SF 소설이 나오던 때도 있었고, 특히 네메시스의 서 같은 건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속에 등장하는 소품은 건담에 어울리는 게 아주 많긴 했지만, 그 줄거리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SF번역도 확 늘고 마이클 크라이튼과 다른 사람들의 SF인지 스릴러인지 잘 모르겠는 소설이 서점에 막 나올 때기도 했네요. 도서대여점이 번성하고 양판소가 점령하기 전까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만.



  1. 원작자와 정식 라이센스를 처음 체결했다는 뜻이라면 인정. 게다가, 옛날에는 ISBN도 없었기 때문에, 요즘 세대가 과거에 출판된 책을 찾고 싶어도 청계천 고서적상을 뒤져서 안 나오면 그 존재 자체도 모를 겁니다. 기록이란 그렇게 사라지기 쉽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