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endix

"인간-돼지 잡종" cf. "인간-로봇 잡종" : 아이작 아시모프 "바이센티니얼 맨"/양자인간/200년을 산 사나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2. 5. 11:55
포탈에서 " 돼지 폐 인간 이식 " 이라는 기사를 찾아보시면 관련 이야기가 나옵니다.

얼마 전에 장기이식용으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일부 제거한 돼지가 2세에 형질을 유전시켰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국내 업체 이야기였는데요, 어쩌면 앞으로는 살아 있는 심장 판막 뿐 아니라 폐, 간, 위, 콩팥.. 그러니까, 면역계와 뇌를 제외하고 척수신경과 말초신경까지 다 이식할 수 있는 돼지가 생기는 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도 동물 조직을 사람 치료에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피부와 뼈, 근육손상을 치료하는 데는 널리 쓰고 있죠. 백 년 전에도 돼지같은 가축 이빨로 의치를 한 사람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오늘 적고 싶은 얘기는, 저 기사 말미에 있는 어떤 저명한 사람의 언급입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이렇게 적고 있군요. 살짝 발췌합니다. :
의료윤리학자인 니콜러스 톤티-필리피니 교수는 “이는 기본적으로 인간-돼지이며 잡종”이라고 전제하고 “이는 공동체가 한쪽은 인간, 한쪽은 동물인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It is basically a human-pig, a hybrid. ... It is about whether the community is prepared to accept a part human, part animal.
네. 돼지 장기를 사용한 인간은 기본적으로 잡종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기술적인 용어로 이 자체는 어떤 가치관이 들어간 단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윤리적 논란을 예상한 우려가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해요.

원문 기사는 여기를 보세요:
http://www.newser.com/story/80037/pig-lung-transplants-for-humans-move-closer.html

Animal-Human Hybrid. 지금 수준에서는 동물 장기를 사용한 비율이 적으니까 논란의 여지 없이 인간입니다만, 만약 계속 진전되면 이를테면, 돼지 몸 속에 인간의 뇌가 들어간 것과 다른 것이 모양 말고 뭐가 있느냐 하는 수준까지 논리적으로는 가능한 이슈입니다.


여기서 관련 문학. SF에는 이런 걸 소재로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그 대부분은 호러물입니다만, 아시모프의 중편 <200년을 산 사나이>, 후에 국내에는 <양자인간>으로 소개된 작품은 뒤에 <바이센테니얼 맨>이란 영화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았습니다. 로봇 앤드류의 이야기.. 여기서 영화는 소설이 다루는 깊은 내용은 터치하지 않고, 그저 로봇의 감성과 로봇과 사람의 교감에 중점을 두어 묘사했습니다. 여기에 앤드류의 주인이 앤드류를 위해 법적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 정도?

원작에서 앤드류는 독자적인 사고 체계를 가진 유일한 로봇으로서 인류 외에 유일한 지성체로서 인권과 비슷한 권리를 부여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을 뗀 로봇 제조사는 이후 생산하는 모든 로봇에 독립적인 인공 지능을 심지 않고, 회사가 소유한 중앙 컴퓨터의 원격 조종을 받도록 바꿔버리죠. 그래서 앤드류는 이 유형으로서는 유일한 지성체가 됩니다.

그리고, 인간을 연구하면서 앤드류는 공학과 생리학과 의학을 공부합니다. 그 결과, 그는 인공 장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늙은 사람들이 몸 일부분을 인공 조직과 장기로 대체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러는 한 편, 앤드류는 인공 장기를 응용해 자신의 몸도 인간처럼 음식을 먹고 배설하며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도록 개조합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앤드류는 양자두뇌를 제외하면 사람과 본질적으로 같은 인공장기를 공유하는, 동일한 신체를 갖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앤드류는 자기도 인간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의중을 알아보고.. 앤드류의 신체가 인간에서 온 것이 아니란 지적에 앤드류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을 내세워 소송을 겁니다. 자기가 개발한 인공 심장을 단 사람을 내세워 이 사람이 인간인 지 로봇인 지를 판단해달라는 것입니다. 로봇 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로봇은 아니란 판결을 유도한 것이죠. 이 장면에서 바로 저 "인간-돼지 잡종"과 같은 논리가 등장합니다. "인간-로봇 잡종."

그리고 오늘 이야기와는 관련이 없지만 뒷이야기를 적자면(이하 중요한 부분이므로 접습니다)

인간과 타 종(species)의 잡종이란 말에 생각나 적어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