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은 현재 44권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애장판 전부+42+43권 구성이 현재 최신 구성입니다. (42->43에 비해 43->44는 빨리 나왔군요 ^^) 원작에 대해서는 할 말이 아주 많으니까 그건 다른 글에.
내용누설(스포일러, 네타바레) 주의!
들어가며
유리가면 애니는 모두 51화입니다. 오프닝은 둘, 내용은 처음부터 매화골 에피소드의 끝까지(그러니까 애장판 14권에서 도쿄에 돌아올 때까지. 마스미의 약혼식장에 가기 전). 애니는 연극과 성장드라마에 중점을 두었고, 연애부는 새롭거나 두드러지거나 생생한 것 하나 없이 그저 곁가지로 처리했다고 보면 됩니다(조금 틀어놓긴 했습니다!). 원작이 완결되지않은만큼 어떤 결론을 내지도 않았고(이게 궁금한 사람이 많았겠지만). 최종화 끝 치구사의 멘트가 두 사람이 경쟁자로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말인데, 이것이 이 만화의 전체 분위기를 말해줍니다. :) 그저 비주얼 노벨(은영전처럼)처럼 편하게 주욱 보도록 만들었습니다.
만화책을 본 사람에게 품질은 조금 애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극부분은 만화에서는 보기 좋았지만 애니로 보면 부담되는 장면이 좀 있습니다. 특히 마야의 출세극(!) 두 편이 다 짐승에서 인간으로 각성하는 역이다보니.. ;; 홍천녀 연습부분에서 선생과 제자가 무당끼-_-를 한껏 발휘하는 장면도 목소리를 들으며 보니 더 그렇고.. 앞부분 에피소드는 해설자가 따로 있어서 얘기 전개를 도와줍니다다. 하지만, 애니화된 "유리가면"중에서는 전체적으로 품질이 제일 좋은 게 이 2005년판입니다. (이 만화는 전에 두 번 애니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럼 못 볼 물건이냐? 그건 아녜요. 조금 단조롭지만 음악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그 많은 내용을 51편에 모두 넣었지만 큰 무리없이 잘 정리했고(어떻게든 맞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괜찮게 편집했습니다). 연대기식이라 사건이 많은 초반부가 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애장판 14권까지로 51화를 만들었지만 9화까지가 애장판 1권까지입니다.
인물 묘사 처음 이 애니보기를 거의 포기하게 만들었던 이유, 인물묘사에 대해 적어봅니다. 애니가 내용을 너무 압축하는 바람에 인물묘사가 뚜렷하지 못한 편입니다. 만화를 떠올리는 재미도 적고, 머리모양, 표정변화, 화려한 의상과 무대는 사정상 ;; 많이 생략된 게 딱 보이죠. 만화를 애니로 만들면 손해보는 게 많지만 이 만화는 더한 것이.. 이점은 인물들이 노트북과 핸드폰을 사용하는 현대인으로 묘사된다는 점에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84->98->05년판으로 오면서 그렇게 변해온 게 사실) 하지만, 만화의 그림체를 떠올리는 팬에게는 처음 보기에 많이 어색한 것도 사실입니다. 즉, 이번 리뉴얼은 원작에 충실하기보다 20년 뒤 해석이라고 보면 됩니다. (원작에서야 여전히 고데기로 둘둘 만 머리를 자주 볼 수 있지만)
1. 마야: 1화 오프닝 첫 화면이 마야인데 만화와 아주 많이 다릅니다. 첫눈에 전혀 마야답지않다고 느낄 정도. 만화에서 '쓸모없고 못생겼다'며 자괴하는 대사에 딱 맞는 평범한 얼굴. 마야는 주인공답게 만화에서는 상당히 여러가지 표정을 짓지만 애니에서는 거의 표정이 없습니다. -_-;;; 전혀 코믹하지도 않고 감동적인 장면에서 감동을 주지도 않고.. 성의없이 그렸달까.. 여튼, 어린 시절의 마야 묘사는 많이 안 좋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조금 만화를 연상케 하는 묘사가 많아집니다. 뭐랄까.. 그리는 사람이 익숙해져서일지도 모르겠네요.
51화면 8년간의 이야기인데, 마야는 나이먹는 게 만화처럼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동안에 키도 작아 그런 인물인 것 같긴 하다만). 코믹하지 않은 건, 이 애니가 연대기식으로 내용을 너무 압축하는 바람에 그런 장면이 대부분 삭제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너무 진지해서 가장 많이 손해본 캐릭터. 하지만 중요한 부분 부분에서 만화의 얼굴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복장부분도 간략화됐고 애니인만큼 컬러로 대신했다고 하면 딱인데, 아 참, 애니 오리지널인 변신장면(?)이 있습니다. -_-;;; 무대에 오르기 전에 마야가 배역의 가면을 쓰는 흉내를 내는 씬이 나옵니다. 마야를 맡은 성우는 무난하긴 한데, 너무 무난하달까. 전체적으로 이 만화를 물흐르듯이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등장인물 전반에 걸친 '너무' 무난한 성우진. ps. 노상광대라면 노상광대답게.. 마야의 명랑한 표정은 역시 <유리가면>이랄까.
2. 아유미: 아유미는 만화에서도 표정변화가 적기 때문에 동작이나 제스츄어를 봐야겠는데, 대충 비슷하게 그렸습니다. 이 애니는 TV판이라 경비절감때문인지 그래도 순정만화다운 원작에서 화려한 묘사 - 머리모양이나 복장 -를 많이 생략했습니다. 게다가 시간제한으로 많은 씬을 잘랐기 때문에 아유미의 화려한 생활이나 복장도 잘려버렸습니다.;; 그러나, 성격묘사와 목소리는 좋은 편.
3. 치쿠사: 묘사는 딱입니다. :) 하지만 성우가 그리 만족스럽지않네요. 달리 쓸 게 없습니다.
4. 사쿠라코지: 그럭저럭 간략하게 묘사되었습니다. 표정변화가 꽤 있는 캐릭터인데 역시 생략. 애니에서는 사랑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 관계로, 그리고 삼각관계를 지양한 관계로 만화책보다 비중이 작습니다.
5. 마스미: 마스미는 만화에 충실합니다다. 눈동자가 사라지는 일은 없지만. :) 하지만 목소리도 그렇고.. 어느 쪽이냐하면 '공각기동대 SAC'에 나오는 공안9과 토구사에 가깝습니다. 이건 성우탓. ;
6. 레이와 극단 츠기가케, 일각수 사람들: 일단 컬을 올린 머리들은 다 풀어놨습니다. 머리색도 현실적으로 어두운 색 일색. 복장도 무엇도 평범한 현대 사람들이고 정말로 극단에서 볼 것 같은 사람들. 무대복장도 중심인물도 간략화하는데 주변인물이야..
아, 애니속 8년이란 시간 변화를 성우들의 목소리가 따라가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유리가면>은 드라마도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화면부터 시간변화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연극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리고 만화와 현실의 격차가 워낙 큰 관계로 보기 무섭더군요. ^^a) . 묘사는 어떤 인물은 잘 따라갔고 어떤 인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타 인물들은 평가하자면 점수가 좀 들쑥날쑥. 주요인물 묘사가 저런 마당에 주변인물묘사가 잘 됐을 리가 있을까.. 다른 하나는, 만화에서는 만화책이니까 가능한 묘사방법이나 독자와의 약속같은 게 있는데, 애니에선 그걸 그대로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핵심 파트
마스미와 마야의 이야기는 중요 부분만을 꽤 많은 대사와 독백을 생략하며 보여주기 때문에 애니로만 보면 줄다리기나 오해같은 건 별로 없고, 굵게 굵게 나갑니다. 얘기는 전달되지만 이 재미가 아닌데하고 갸우뚱할 사람이 있을 듯. 예를 들어 마야와 마스미의 마음이 통하는 장면은 있지만 서로 오해하고 애태우는 장면은 별로 나오지 않고, 보라색 장미의 사람을 생각하는 마야도 많지 않습니다(잡지 연재분까지 본 팬이라면 모 님의 블로그에서 "마야가 마스미를 생각하며 우는 장면만 다섯 권은 되겠다"고 말한 게 빈말이 아님에 동의할 것입니다). 애니면서도 표정들이 굳어있어서 이쪽으론 별로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대사를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둘 사이를 얘기할 때, 치구사가 홍천녀를 공연할 때 사쿠라코지와 시오리가 생략되는 바람에 마야와 마스미 사이는 매화골의 밤하늘-홍천녀 사당-치구사 공연까지 주욱 같은 분위기가 연결되면서 (그러나 어떤 실마리도 남기지 않고) 평이하게 끝납니다.
맺으며
이 애니는 만화책을 읽은 다음에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서 적었듯이 애니 자체가 줄거리를 넣어주고 주인공이 성장하는 이벤트를 주워섬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내용상 이 만화의 큰 매력인 '연극'이 아주 많이 빠져버렸습니다. 자잘한 즐거움도, 코믹한 장면도 주변인물 묘사도 빠져버려서 이걸 다 넣자면 아마 두 배로 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만화보다야 훨씬 보기 편합니다. ^^; )